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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하루 전날, 미즈타니는 누나와 함께 집을 나섰다.
문득, 멤버들에게 '의리 초콜릿'이라도 선물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웃긴다. 남자애가 무슨 의리 초코니? 받는 애들 기분 나쁘겠다."
누나의 현실성 있는 반응이 찬물을 끼얹었지만, 그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실천에 옮길 뿐이다.
발렌타인을 맞이하여 종류별로 치장되고 전시된 초콜릿을 보면 저절로 침이 고이다가도, 그 가격을 보면 뚝 멈춘다. 입에 넣으면 녹아 사라질 몇 개 안 되는 이것이 뭐가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 물론, 자신은 이렇게 비싼 초콜릿을 '의리'라고 던져줄 생각은 없기에, 한창 구경 중인 누나를 내버려두고 좀 더 일반적이고 저렴한 것을 찾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메추리 알만한 크기의 초콜릿을 몇 알 사서 나눠줄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왕 준비하는 거 그것보다는 좀 나은 것으로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연습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부 활동에만 전념하다 보니 '청춘'을 '남녀공학'에서 허비하고 있음에도 '로맨스'와는 인연이 먼 야구부이다. 그런 야구부 멤버들에게 발렌타인데이라고 특별한 일은 없다.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거나, 신경이 쓰여도 어찌할 수 없는 날이다. 결국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는 그런 날이다.
하지만 미즈타니는 벌써 1년을 함께 한 멤버들과 비록 '의리'라곤해도, 발렌타인 특유의 설렘을 공유하고 싶었다. 전 세계가 같은 마음으로 어수선해지는 이 시기에 팍팍하게 정해진 연습이나 하고 평소처럼 헤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사소하게나마 '이벤트'를 열어주고 싶었다.
아, 나는 정말이지.... 배려심이 깊다니까......
그렇게 스스로 만족해 보고도 싶었다.
물론 매니저나 감독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받을 때 하나 더 받는다고 기분 나쁠 일은 또 없지 않나.
미즈타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 정도의, 디자인도 가격도 가장 무난한 초콜릿으로 골랐다.
미즈타니가 초콜릿을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해 주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사람마다 달랐다. 재밌다며 기쁘게 받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내가 왜 너한테 이런 걸 받아야 되지? 라는 떫은 시선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주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주로 7반 녀석들이 그랬다. 주면 고맙다고 그냥 받을 것이지. 왜 받는 처지에 생색이냐고 투덜대 본다. 아베와 하나이를 앞에 두고 입을 삐죽이다가, 때마침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이즈미를 발견하고는 냅다 뛰어가 준비해 온 것을 꺼냈다.
"......나한테? 왜?"
퉁명스러운 대답에 쉽게 받으려고는 하지 않는 이즈미의 반응은 예상 범위의 것이었다.
"왜긴? 발렌타인이잖아."
미즈타니는 친구들에게 굳이 '의리 초콜릿'이라고 설명하진 않았다. 처음부터 이벤트를 열어주고 싶어서 꾸민 일이었고, 남자끼리 주고받는 초콜릿에 '의리'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을 거로 생각하는 친구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의미야?"
그런데 이즈미는 무슨 의미냐고 묻는다.
생각지 못한 질문에 미즈타니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무 의미 없는데.... 친구잖아.....
잠시 망설이는 동안 이즈미가 또 한 번 물었다.
"의리냐?"
어딘지 화가 난듯한 말투에 미즈타니는 움찔했다. 의리긴 의리인데... 이 상황에서 "응. 의리 초콜릿이야"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아니, 그러니까, 의리....라기 보단....그, 우정....이랄까?"
그래! 생각해보니 이 초콜릿은 '의리 초콜릿'따위가 아니다! 친구를 위해! 일부러 누나를 따라가 사 온! '우정 초콜릿'이었다!
이즈미는 그 대답에도 잠시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그냥 등을 휙 돌렸다.
결국 이즈미는 초콜릿을 받지 않았다.
미즈타니는 집에 와서 이즈미에게 줘야 했을 초콜릿을 씹어 먹었다. 이유 없이 속상했다.
발렌타인 초콜릿을 남자한테 받아야 한다는 게 싫었던 걸까? 매니저와 감독님이 준비했다는 초콜릿을 시가포를 통해 건네받았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 보면 그래, 썩 유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냥 남자야? 너의 절친(?)이잖아?! 친구 마음을 이런 식으로 무시해?!' 등등의 불만이 속에서는 쌓여간다. 그러다가 이즈미와의 대화를 되풀이해 떠올려 보게 된다.
이즈미는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왜 그냥 무시하듯 등을 돌렸을까?
왜 오늘 하루종일 화가 나 있었을까?
동시에 이상한 가능성도 떠올랐다.
'의리'도 '우정'도 아니었다면, 초콜릿을 받아 주었을까?
"..........그럴리가."
샤워를 마치고 TV를 보며 양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이즈미에게서였다.
미즈타니는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가 거품만 뱉어낸 채 전화를 받았다.
"나와. 집 앞이다."
고작 그게 다였다. 미즈타니는 또 후다닥 입안을 헹구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무엇인가가 휙 하고 날아왔다. 미즈타니는 노련하게 그것을 캐치해냈다.
손 안에 들어온 것은 포장이 된 조그만 상자였다. 어제 누나와 함께 간 가게에서 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
"받아."
".........응??"
"우정 초콜릿."
이즈미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미즈타니는 방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얼떨떨한 상태로 초콜릿 상자를 만지작거리다가 포장을 벗기고 상자를 열었다.
이즈미는 '우정 초콜릿'이라고 말했지만, 그 속에 든 것은 우정이라기엔 너무나도 스폐셜한 존재감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의미지?......."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을수록,
초콜릿의 의미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졌다.
미묘한 19제 - 01. ただ、偶然かもしれなかったあの瞬間 (그저 우연일지도 몰랐을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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