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츠(SUITS) 2차 창작 주의. (하비+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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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마이크!"
지나가던 직원이 한 번씩 돌아보게 할 정도로 목소리를 크게 내보았지만 움찔하지도 않는 마이크를 보며 하비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른 아침 맡은 케이스를 승소로 이끌었음에도 법정을 나서면서부터 줄곧 고개를 숙이고 걷는 모습이 의아해서 불러본 건데 그럼에도 쳐다도 보지 않는 마이크 덕에 무안해진 하비가 입맛을 다시며 (그뿐만이 아니라 기분도 나쁘다), 그를 쫓아가 어깨를 툭툭 쳤다.
"마이크."
"하비? 무슨 일이에요?"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지? 하마터면 대리석상에 정면으로 부딪칠 뻔한 건 알고 있어?"
"와우..."
그제야 제대로 주변을 살핀 마이크가 바로 코앞에 있는 나신의 하복부에 시선을 마주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에겐 저 '남자'의 값을 치를 능력은 없어보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걸어 다니는 게 좋을 거야."
"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네요. 뭐, 보통은 제 몸이 다칠까 봐 걱정해 주지만...."
"뭘 보고 있었던 거지?"
빈정대는 마이크의 한마디에는 하등 관심도 없다는 듯 하비가 또 한 번 물었다. 그러자 마이크는 자신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을 내밀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트위터요."
"트위터? 그것참 반가운 소리군."
"네? 하비씨도 트위터 해요?"
"네가 트위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면 이젠 어느 정도 이 일에 익숙해졌단 소리겠고, 내가 그만큼 일을 더 늘려도 불만은 없을 거란 소리니까."
"아니오. 잠깐만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제가 곤란한데요. 어디까지나 우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처럼 걸어 다니면서 한눈 파는 정도라구요."
이 정도 여유는 괜찮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자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오는 눈빛을 하비는 어림도 없다는 듯 방어하며 대답했다.
"네 몸에 상처가 나면 내 일에도 지장이 생겨. 그러니까 트위터를 하고 싶으면 화장실에서 시간 죽일 때나 쓰란 소리야."
".....장시간 용변을 볼 때도 검토할 서류를 들고 가라고 말씀하신 건 하비씨잖아요."
"내가 그랬던가? 완벽하군."
그의 하루도 빠지지 않는 자화자찬을 들으며 마이크는 아, 또 하루가 시작되었구나를 의미하는 한숨을 내쉬고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찔러넣었다. 하비는 순순히 자신의 말을 듣는 마이크의 행동을 보고 나서야, 아침에 깜빡 잊고 마시지 못한 오렌지 쥬스 한 컵 분량의 비타민을 섭취한 것만 같은 상쾌함에 젖어들었다. 하비가 신나게 발걸음을 옮겨 우아한 손짓으로 택시를 부를 때, 마이크는 휴대폰을 다시 꺼내 들고 '하비에게 트위터를 들키지 말 것. 멘션의 수만큼 서류가 쌓일 것임' 이라고 잽싸게 타이핑했다.
"도나. 혹시 자네도 트위터 하나?"
"Oh, 불쌍한 마이크. 벌써 들키고 말다니."
도나의 엉뚱한 대답에 하비가 고개를 뒤로 빼며 물었다.
"대체 그건 무슨 의미야?"
"네, '우린' 서로를 팔로잉한 사이예요."
하비는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며 다시 물었다.
"내가 언제부터 따돌림 받기 시작한 거지?"
"이런 건 사생활적인 성향이 강하니까요. 마이크도 당신한테 숨기고 싶은 건 있지 않겠어요? 한창 사춘기일 때잖아요"
도나가 농담을 섞어 어깨를 으쓱하며, 어딘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씹으며 웃음을 삼켰다. 하비는 도나의 그 버릇이 누군가를 놀릴 때 유쾌해진 그녀가 억지로 웃음을 참기 위해 보이는 표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대화를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예를 들면?"
"예를 들면,....어제 당신의 런치를 거절한 건 레이첼과 스시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같은?"
"뭐?"
"보실래요? 어제 마이크가 인증샷도 올렸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준비된 도나의 휴대폰 화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연어 알이 얹어진 스시를 젓가락으로 아슬아슬하게 집어들고 자신의 입속에 넣기 일보직전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마이크가 보였다. '네 얼굴은 곧 내 얼굴이다' 라고 누누이 얘기했는데 이런 얼빠진 모습을 만인이 볼 수 있는 트위터에 올렸단 말이야? 하비는 미간을 찡그리며 끄응,하고 신음했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어제 자신이 제안한 런치를 거절하고 함께한 상대가 레이첼이란 말에 묘한 불쾌감과 이상야릇한 질투심을 느꼈다. 하비는 '당장은 필요 없지만 지금 처리해둔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는 서류 리스트'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준비해두라고 명령한 뒤 오피스로 돌아갔다. 도나는 그런 하비의 등을 향해 가볍게 거수경례를 하는 포즈를 취하며 '불쌍한' 마이크를 마음껏 동정했다.
데스크 위의 노트북을 말없이 마주하고만 있던 하비가 인터넷을 연결하고 트위터 메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 역시 진보하는 시대에 맞춰 트위터 아이디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었지만 시작 초기에 간단한 인사말 하나 남겨둔 게 다였다. 오랜만에 접속한 하비는 자신의 팔로잉 리스트에 링크된 것이 쓸쓸하기 그지없게도 제시카와 피어슨 허드먼의 홈 트위터가 전부라는 것을 알았다. (뭐, 루이스와도 주소를 주고받은 기억은 있으니 아마도 그는 하비를 일방적으로 팔로잉한 저 수많은 팔로워들 사이에 파묻혀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하비는 조금 망설인 뒤, 도나의 폰 화면을 통해 기억해 둔 마이크의 트위터 주소로 접속했다. 개설한 지 5일도 지나지 않은 그곳의 멘션 수가 벌써 200을 넘어가고 있음에 또 한 번 끄응하고 신음했다. 고개를 들지 않고 걷고 있던 뒷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트위터 중독인 건 아니겠지. 하비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천천히 페이지를 감상했다. 방금 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방진 멘션 밑으로 도나가 보여줬던 '인증샷'을 비롯해 몇몇 직원과 활발히 메세지를 주고받은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특히 레이첼과 도나와의 메세지가 많았다. 마이크가 본능적으로 여자에 약하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파악한 하비로써는 그 버릇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에 씁쓸히 웃었다.
다행히도 똑똑한 마이크는 자신의 사생활적인 메세지만 남겨두었고 하비가 걱정했던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나 약속, 회사와 관련된 공적인 부분은 깨끗이 배제되어 있었다. 설마 그 정도 분별력도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천재적인 두뇌와는 달리 어딘지 맹한 구석도 겸비하고 있어 때때로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 그였기에 잠깐이지만 걱정을 해본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하비는 자신이 걱정해야 할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자 미련없이 노트북을 닫았다. 하지만 자신이 맡겨 둔 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없이 바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의외로 여유가 넘쳐흐르는 마이크에게는 역시 어느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마이크는 공적인 면과는 달리 사적인 면에서는 때때로 하비가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보이곤 했다. 그의 과거 행실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거나, 서류 검토를 하면서 집중력 흐트러질 법한 음악을 듣는 거나, 트위터 같은 한낱 온라인 사이트에 자신의 사생활을 기록하는 거나, 그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물론, 자신이 제안한 런치를 겁 없이 거절하는 행동도 포함해서다. 하지만 마이크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도나의 농담대로 사춘기 소년도 아니니 그런 사소한 부분을 일일이 지적할 수 없어 일단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쪽이었다.
하비는 도나에게 방금 주문한 '리스트'가 준비되었으면 내려보내라고 지시했다.
하비가 새로 맡게 된 케이스의 서류를 검토하다가 잠시 눈을 떼고 창밖을 보며 눈의 피로함을 씻어내고 있을 때 등 뒤로 허락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오피스 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건방지게 하비의 구역에 제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이 회사에서 마이크와 제시카 정도였지만 제시카는 적어도 무례하지 않으니 분명히 마이크일 것이다.
의자를 돌리니 역시나 억울한 표정으로 울상을 쓰고 있는 마이크가 무거워 보이는 서류 두 다발을 양팔에 들고 있었다. 이건 너무 하시잖아요. 라고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하비는 그의 표정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듯, 무심하게 일어나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윗옷을 걸쳤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지"
마이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박했다.
"제가 그럴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주시다니, 과분한 평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뭐야? 아직도 처리 못 한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내가 샐러드 소스를 고르는 동안 자네는 프리티하게 앉아서 서류 검토를 계속하는 건 어떻겠나?"
"됐습니다. 혼자 드시러 가시죠. 저는 그냥 이번에 보내준 서류 중 이것과 이것은 이미 한 번 검토한 것이니 두 번 볼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고 싶어서 온 것뿐이었어요."
마이크는 들고 있던 서류 더미를 터프하게 내려놓았다. 도나에게 넘겨주면 될 것을 굳이 자신의 앞에 펼쳐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불만을 토로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비는 귀여운 시도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오늘 점심도 레이첼과 함께인 건가?"
"여기서 레이첼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자네가 어제 나를 등지고 레이첼과 스시를 먹으러 갔기 때문이네. 오늘도 설마 같은 레파토리는 아니겠지?"
"설마 이게 모두 어제의 복수라도 된다는 거예요?"
"나는 복수를 하지 않아. 그건 정말 무의미한 일이지. 억울할 일을 만들지 않는 주의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섭섭한 추리를 하는 거야? 라고 묻고 싶은 하비가 두 번째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며 가볍게 혀를 차 주었다.
"하하... 네. 어련하시겠어요."
마이크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갑자기 허리를 곧게 펴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하비는 그 행동이 어딘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오늘도 날 혼자 보낼 셈인가?"
"당신이 나 없으면 식사도 혼자 못 하는 사람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하지만 하비씨 오늘은 정말로 바빠요. 대신 엘리베이터 앞까진 함께 해 드리죠."
"이것 참. 고맙군."
"별 말씀을. 저는 신사라구요."
하비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에스코트하는 도중에도 마이크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손이 꼼지락대고 있는 모습을 캐치한 하비가 무언가 깨닫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비는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 두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마이크는 하비의 그런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실은 온 신경이 하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쏠려있었다. 그 증거로 한쪽 구두굽이 열심히 바닥을 때리며 초조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물론 하비는 그런 마이크의 초조함을 간파한 지 오래다. 곧 하비의 동작이 멈추자 마이크의 다리도 멈췄다. 마이크와 눈이 마주친 하비가 그를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판사 앞에서 모두의 입을 다물고 사건을 종결시킬 결정적인 한마디를 준비하고 있을 때의 모습, 승리를 확신한 모습과 흡사했다. 마이크는 슬금슬금 죄어오는 불길한 기운에 양어깨를 움츠렸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곧 잡아먹힐 사냥감이 된 기분이 되니까."
하비는 그 표현이 만족스러웠는지 잠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방금 널 포함해 우리 회사 직원 중 몇 명을 팔로잉 했어."
"네?"
"이젠 자네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농땡이를 부리는지 굳이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고가 들어온다는 뜻이지. 예를 들면 지금 자네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그 런치 상대와의 '인증샷' 같은 거라던가"
다가오는 하비의 여유만만한 미소에 마이크가 몸을 뒤로 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한 반응이었다. 이런 면에서 마이크는 늘 하비를 만족시켰다. 하비는 여유롭게 우위에 서며 반쯤 넋이 나간 마이크를 두고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담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더이상 날 피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계속해서 내 런치를 거절할 생각이면 트위터는 그만 자중하고 내가 시킨 일에만 몰두하는 게 좋을 거야."
하비는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조금은 과장되게 눈썹 끝을 내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상사와의 런치는 거절하는 게 아니야. boy."
그 한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보기 좋게 닫혔다. 극적인 타이밍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하비는 한참을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겼다. 하비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입을 다물지 못하던 마이크의 표정을 다시 떠올리며 쿡쿡 웃었다. 인정한다. 하비는 그가 보여주는 반응이 재미가 있어서 참을 수가 없는 요즘이었다. 요 몇 년간 자신의 주변에는 그처럼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까, 마이크가 보여주는 솔직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의 새로운 유희거리가 되었다.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도 타인과의 접촉에 질투가 나는 것도 내 장난감을 빼앗길까봐 초조함을 배운 것이다.
하비는 1층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 번 트위터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마이크 로스의 마지막일 것이 뻔한 멘션 하나가 갱신되어 있었다.
@Harvey_Specter Oh! Daddy, Please---!!
하비의 발걸음이 피어스 허드먼의 정문을 벗어나는 소리가 경쾌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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