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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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개를 주웠다. 견종은 모르겠으나 털 관리를 하지 않아 덥수룩한 갈색 털을 자랑하는 더러운 개 한 마리가 상자 속에 버려져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누가 버린 인형이거나 걸레처럼 보였다. 가까이 갈수록 무언가의 형태를 지닌 그것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시선으로 나를 주워주세요 울먹울먹 하고 있는 분위기라 별 생각 없이 주워 왔더니 누나는 아파트에서 개를 키울 참이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머니께 물어보니 딱히 우리 아파트가 애완동물 금지인 것도 아니기에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데 혼자서 화를 내다가 지쳐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 싫어서라기보다는 관심도 없었고 야구를 하기에 바쁜 몸이었으며 동물의 뒤치다꺼리를 해 줄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워온 이 녀석의 처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언제나처럼 아키마루를 불렀다. 아키마루는 일단 개를 안고 동네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더니 간단한 검사를 받고 돈은 내가 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지저분한 털 정리도 맡기더니 역시나 돈은 내가 내야만 했다. 어쨌든 아키마루의 도움으로 구질구질했던 개는 제법 인상이 바뀌어 귀엽게도 보였다. 제 할 일을 끝낸 아키마루는 쿨하게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내가 안고 있는 개를 보자 누나는 표정이 바뀌었다. 그렇게 화를 내더니 이제는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듯 개를 끌어안고 희희낙락 난리가 났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쁠 일도 없으니 다행이다. 분위기 회복도 되었고 애완동물 금지 구역도 아니니 이젠 저 개를 잘 키우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무방비하게 매듭을 지어놨더니 진짜 문제는 해가 지고 평화를 만끽해보려는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등장했다. 개가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야. 그러니까 이름이 뭐라고?"
"미, 미하시 렌, 이에,요..."
보름달이 뜨면 늑대 인간이 늑대로 변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해가 지면 개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적잖게 당황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졸도할 뻔했다. 데리고 욕탕에 들어갔는데 개가 홀딱 벗은 남자아이로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나는 지금까지 애완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어 밤에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도 없는데 원래 개라는 것이 다 이렇게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는 걸까? 싶어 아키마루에게 자문을 구해보고 싶었지만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던 중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조용히 손을 뗐다. 일단 나는 이 해괴한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싶었으나 생각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 것도 뻔했기에 역시나 생각하는 것을 관두었다. 녀석이 대화는 가능한지가 궁금하여 말을 걸어보았더니 조금 더듬기는 하지만 차분히 자신의 소개를 한다. 개인데 밤이 되면 사람으로 변해요 라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는 사실을 한번 통보하더니 다음으론 몰라도 상관없을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도움이 되지 않는 설명 뿐이었다.
"......밤이 되면 사람이 된단 말이지?"
"네...."
"그것 뿐?"
"....더, 더 알고 싶은 게 있,으시면 지,질문을 해, 주시면..."
"그래서 버려진 거냐?"
"........"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 추측은 아닌 듯 해 보였다. 나는 이 녀석에 관한 정보를 더 모은다고 해도 도와줄 방도가 없을 게 뻔했고 무엇보다 피곤했으므로 일단 그날은 녀석과 한 침대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역시나 사람이 아닌 개로 돌아간 '미하시'를 보고 간밤에 내가 꿈을 꾼 것은 아닐까 싶은 기분에 휩싸였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허무맹랑한 꿈은 꿔 본 적이 없었으므로 개를 안고 거실로 나가 간밤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누나는 나를 비웃었고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는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밥을 퍼주었다. 가족이 이런 반응이니 안 봐도 뻔해서 다른 이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해가 지기를 기다려 가족들을 불러 모아 거실에서 쇼를 연출해 보였다. 역시나 '미하시'는 밤이 되자 사람으로 변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가족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어때? 내 말이 맞잖아. 내가 미친 게 아니라는 입증은 해 보였으니 그대로 얼어붙은 가족들을 뒤로하고 방으로 녀석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미하시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변하는 개를 데리고 사는 일에는 특별한 일은 없었다. 연습이 조금 늦어 해가 지면 사람인 미하시가 나를 맞이해 주었고, 조금 일찍 마쳐 낮에 귀가를 하면 개인 미하시가 나를 맞이해주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었다. 미하시는 얌전했으며 똥오줌도 가렸고 털도 날리지 않았으며 짖지도 않았다. 개일 때는 가만히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고, 사람일 때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마치 내가 허리춤에 찬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 비현실적인 광경은 금세 우리 집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 프로그램에 제보하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나는 그 후에 찾아올 일들이 귀찮았고 가족들은 미하시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하시는 우리의 비밀이 되었을 뿐 방해물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가 곧 내 옆구리를 가격하며 찾아왔다. 나는 미하시가 가지고 싶어진 것이다.
"하,하루나, 상... 저기.... 비,비누 칠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수가 있..."
"뒤에까지 손 안 닿잖아. 그냥 가만히 있어. 주인한테 반항하는 거냐?"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주는 나의 사심 있는 손길에 미하시가 쩔쩔매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제법 재밌었다. 나는 키득대며 녀석을 씻겨주고 옷을 입혀주고 우유를 데워주고 그리고 침대로 이끈다. 하지만 나도 일단 양심은 있어 기껏해야 사람일 때는 중학생쯤이나 되는 외모를 자랑하는 녀석을 희롱은 하되 덮칠 마음은 없어 거기서 끝일 뿐이다. 미하시는 그런 내 변화를 제법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내 손끝이 자신의 목덜미나 귓불을 만지작 거릴 때면 몸을 움츠리며 작게 울었다. 그때는 사람인데도 끄응하고 신음을 뱉는 개 울음소리를 내었다. 녀석이 내 품에서 작게 신음을 뱉을 때마다 하반신이 들떴지만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사람이라 생각하면 저 나이대의 소년을 안는 것은 이성이 막아서고 개라고 생각하면 모럴이 훼방을 놓는다. 사실 그것보다는 녀석이 민감하게 반응은 하고 있으나 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기에 나 또한 거부하게 된다.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손 하나 까딱 못하고 밤을 지새울 뿐이다.
"전 주인은 여자였어? 아니면 남자?"
"나,남자, 분이셨,어요..."
"그 사람도 너 건드리고 그랬냐?"
"에?"
"나처럼, 이상하게 만지고 그랬어? 솔직히 네 반응이 아무것도 몰라요 싶지는 않거든"
미하시는 이번에도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삼켰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못 하는 것인지 나는 그의 반응에 주먹을 쥐어 있는 힘껏 침대바닥을 내려쳤다. 반동으로 미하시의 몸이 튀어 올랐고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몸을 말고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눈가엔 눈물도 맺혀 있기에 나는 혀를 내밀어 눈가를 핥아 주었다. 이런 내 행동에 미하시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반응했는데 그것이 굳이 과거에 경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개한테는 서로를 핥아 주는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애정표현에 불과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핥아 주자 미하시도 내 주먹을 핥아왔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녀석의 얼굴을 할짝대며 눈물을 닦아 주었다. 덕분에 내 침으로 번들거리는 미하시의 얼굴을 보니 꾹 내리누른 욕구가 다시 한번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기다리면 오래 참지 못한다. 끈기 있게 참기 위해서 나는 알아야 했다.
"너도 하냐?"
"하, 하다니.. 뭐,요...?"
"발정"
미하시는 내 말을 듣더니 먼저 귀가 빨개지더니 곧 얼굴로 번졌으며 피가 목을 타고 내려갔는지 곧이어 몸 전체가 핑크빛이 되어버렸다. 역시 개로서도 발정은 곧 짝짓기와 연결되니 부끄러운가 보다. 그것이 신기해서 녀석의 뺨을 핥았더니 이번엔 작게 신음을 토했다. 하긴 하나보다.
"언제쯤 하냐?"
대답이 없이 쪼그라드는 녀석을 끌어안고 이불을 덮었다. 내 안에서 뜨거운 숨을 탁탁 내뱉는 미하시를 느끼고 있자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는다. 한 손으로 녀석의 보들 거리는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콧노래를 흥얼댔더니 내 가슴에 올라온 녀석의 손이 조그맣게 주먹을 그러쥐는 것이 느껴졌다. 발정을 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네가 준비되었을 때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부여해 줄 것이고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제법 오랫동안 함께 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버려진 걸레짝 같은 너와 눈이 마주친 건 나다. 그 순간 이미 너는 내 것이었으나 머지않아 또한 내 것이 된다. 이것은 바람직하고 매우 즐거운 기다림이다. 콧노래는 당분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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