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드럼(핑드럼) 2차 창작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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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숲 속 길바닥에서 눈을 떴다. 내 마지막 기억은 히마리가 즐겨 사용하는 소파에 기대서 쇼우마를, 정확히 말하면 장을 봐서 돌아와 나에게 저녁을 차려줄 쇼우마를 기다리다가 잠이 든 것 같은데, 대체 이곳은 어디이며, 히마리는 왜 보이질 않는 건가? 아무래도 내가 아직 잠이 든 채로,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추측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런 것치고는 내 정신이 너무 말짱하다. 볼을 꼬집어도 보고, 머리를 주먹으로 때려봤지만 고통만이 전해져 온다.
일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어 보았다. 나는 조금 걷다가 다시 한 번, 이건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얼떨떨한 상황이 꿈만 같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의 나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걸음을 뗀 김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갑자기 나타난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한 30분쯤 걸었을까? 꼬르륵, 하고 뱃속에서 첫 신호를 보내온다. 아, 평소대로라면 지금쯤 장을 봐 온 쇼우마를 맞이하고, 녀석이 해주는 저녁을 히마리와 함께 먹고 있을 시간인데, 내가 왜 이런 곳을 헤매고 있어야 하지?
"어이!!! 누구든 좋으니까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보았다. 마치 멀리서 메아리라도 치듯이 숲이, 공간이 진동한다. 삐져나오는 한숨을 뱉어내고 앞을 향해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며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았다.
"......쇼우마?"
"안녕하세요."
방금 지나쳐 온 길 위에, 그 누구의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던 순간에, 연기처럼 모습을 드러낸 쇼우마가, 마치 나를 처음 보는 듯, 격식을 차리고 인사를 한다.
"뭐야 이거... 너는 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초면에 죄송하지만, 당신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
쇼우마는 나를 보고 '초면'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로 쳐다만 볼 뿐이다.
"당신의 심장을 30그램만 잘라주실 수 없으신가요?"
"....................뭐?"
"당신의 심장이 필요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30그램이면 돼요. 심장의 약, 10분의 1입니다.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도 없을 겁니다."
쇼우마가, 내 쌍둥이 동생이, 나를 향해 무서운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하고 던진다.
역시 이거, 꿈이지?
아니 잠깐만.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심장의 10분의 1을 내놓으라니.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거라고? 웃기지 마. 문제 없을 리가 없잖아?!
"어이, 쇼우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너 나를 죽일 셈이냐?"
"죽지 않아요. 그저 저는 당신의 심장을 30그램만 떼어가면 됩니다. 저를 믿으세요. 절대 죽지 않습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지금 내 동생이 나에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가 않는다. 이 녀석은 정말로 내 동생이 맞기는 한 건가?
".....너, 이름이 뭐지?"
"타카쿠라 쇼우마입니다."
내 동생 맞잖아.......
",.......쇼우마,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던 가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
"그것보다 저에게 당신의 심장을......"
"아아, 그만, 잠깐만. 생각 좀 할 테니까 그 무서운 요구 좀 그만 할 수 없겠어?"
쇼우마는 내가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자 즉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정지된 tv 속 화면처럼, 멈춰버린 테이프처럼, 움직이지 않는 인형처럼, 죽어 버린 생명처럼.
나는 그 침묵에 오싹함을 느끼며 재빨리 다음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내 이름은, 칸바야. 타카쿠라, 칸바."
"당신은 타카쿠라 칸바님이시군요."
"......그냥, 나를 칸바라고 불러줄 수 없겠어?"
"칸바님."
".....그러니까 뭐였지? 심장을 떼어달라 이 말이지."
"네, 칸바님."
사실 나의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녀석과 내가 이 속에서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나는 쇼우마가 나를 해칠 이유따위는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10분의 1이라잖아? 허락은 쉽게 떨어졌다.
"좋아. 너에게 줄게."
"감사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쇼우마가 바짝 다가오는데 순간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그러자 쇼우마가 슬쩍 웃음을 흘리며 나를 보았다.
쇼우마 주제에, 건방지게 웃는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통은 느낄 수 없을 거예요."
"어떻게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거지?"
"믿어주세요. 그냥, 조금만 주무시면 돼요."
"뭐?"
"그것뿐입니다."
정말로 그것뿐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마치 이곳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쇼우마 또한 사라진 채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쓰다듬어 보았다. 셔츠를 들어 올려 눈으로 확인도 해 보았다. 피부에는 별다른 흉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정말로, 내 심장의 10분의 1을 떼어간 것일까? 묻고 싶어도, 물어볼 만한 녀석이 존재하질 않으니 궁금증만이 증폭할 뿐이다. 아무튼, 별다른 고통이 없음은 사실인듯했고, 내가 버젓이 살아 있는 걸 보면 녀석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다.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시 걷다 보면 이번에도 쇼우마를, 아니면 히마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것이 꿈이라면, 이렇게 무작정 걷다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꿈이 아닐지도 모르지. 믿기 어렵긴 하지만,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것이라는 가정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한 30분 정도를 걸었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움직임이 느껴져 흠칫 놀라 돌아 보니, 그곳에 쇼우마가 서 있었다.
꼭, 그것 같았다. 모르는 사이 몸통을 꼿꼿이 세우며 등장한 존재감 없는 두더지 목상.
"쇼우마! 어떻게 된 거야? 왜 사라졌던 거지? 말없이 가버리면 나는 어쩌란 거야!"
어리둥절한 내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쇼우마가 별 반응 없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초면에 죄송하지만 당신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뭐?"
쇼우마는 이번에도 나를 보고 '초면'이라고 했다. 왠지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 온다.
"어이, 설마....."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심장을 30그램만 제게 주실 수 없으신가요?"
".......또 그거냐...."
마치 상황극이 한번 리셋되어 또 다른 상황극이 시작된 것만 같이, 쇼우마는 이번에도 나에게 심장을 떼어달라며 조르고 있었다.
"......쇼우마."
"네."
".....왜 내 심장이 필요한 거지?"
"한 소녀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심장이 필요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자연스럽게 히마리가 떠올랐다.
히마리는 갑자기 사라진 나를 걱정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내가 없어져서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히마리를 생각하자 이번에도 허락은 간단히 떨어졌다. 빨리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정리하고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30그램이면 되는 거냐?"
"네."
"좋아. 줄게. 줄 테니까 대신, 나를 칸바라고 불러."
"네, 칸바님."
이번에도 그뿐이었다.
쇼우마가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났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가슴 부위에는 어느 흉터도 없었고 내 몸에도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또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분명히 쇼우마, 혹은 쇼우마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존재하고, 그 녀석이 심장을 조달해 주고 있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몸이 약한 소녀도 존재함이 틀림없을 테니까. 걷다 보면 이곳을 빠져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없이 걷기만 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느새 배고픔이 사라져 있었다. 심장을 떼어주면, 배도 고프지 않게 되는 건가?
이번에도 3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등 뒤에서 쇼우마가 홀연히 등장했다. 그는 이번에도 나와 '초면'인 사이였다.
쇼우마는 역시나 예상했던 한마디를 입에 올렸다.
"당신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또 다. 이 정도 되면 더 의심해 볼 여지도 없잖아.
이건, 악몽인 거지? 꿈인 거야. 그렇지?
"잠깐만, 내가 맞춰보지. 너도 내 심장이 필요한 거지?"
".......어떻게 아셨어요?"
허를 찔린 표정으로 쇼우마가 되 물었다. 내가 대답 없이 노려보고만 있자 그는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저에게 당신의 심장을 조금만 양보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 소녀에게 당신의 심장이 꼭 필요합니다."
"왜 하필 내 심장이지? 네 심장을 떼어주면 되잖아"
"아,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 내 심장을 주면 되는군요."
쇼우마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난처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 반응이 지금까지와의 기계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다른 '쇼우마'보다도,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쇼우마'와 많이 닮아있어 반가운 마음에 따라서 웃음이 나왔다.
"농담이야. 내 것을 주지. 내가 너보다 건강하니까, 심장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
"....칸바."
"네?"
"내 이름은 칸바야."
하루 동안 여러 번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꿈에서 깨어났는데 똑같은 꿈이 또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고,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그렇게 꿈속에 갇혀버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심장을 얼마나 뺏긴 거지? 다른 쇼우마가 이번에도 나타날까? 그때도 내 심장을 원해 올까? 그렇게 계속해서 녀석에게 심장만 뺏기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마지막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걸까? 아니, 잠깐만, 그전에 나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고. 이건 정말, 꿈인 건가? 현실인가? 쇼우마? 히마리? 왜 나는, 이곳에 혼자 남은 걸까.
걸을까? 싶어서 일어서는데 처음으로 현기증이 일었다.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고 말게 된다. 아무래도, 심장이 조금씩 줄어든 만큼 내 체력에도 한계가 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 어차피 또 녀석이 나타날 거라면 굳이 걸을 필요는 없겠지. 여기서 녀석을 기다려 보자.
나는 그 자리에 벌러덩 누워 하늘을 쳐다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슬슬 졸려온다 싶을 때쯤, 역시나, 가까이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쇼우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면에 실례합니다. 당신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번에 나타난 쇼우마에게도 심장을 빼앗긴다.
"아, 위험해. 위험한 것 같애."
"왜 그러시죠? 그냥 저는 심장을 몇 그램만 가져가면 됩니다. 그건, 심장의 약 10분의 1일 뿐이에요."
"아니, 너는 10분의 1일지 모르겠지만, 난 너하고 똑같은 놈한테 벌써 여섯 번을 빼앗기고 말았다고. 그것도 바로 이 자리에서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너가, 내 동생 쇼우마가, 30분에 한 번꼴로 꼭 나타난단 말이야."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저는 당신을 처음 보는데요?"
".......너 혹시 건망증이라도 있는 거 아니냐?"
나는 움직이기를 포기했다. 포기했다기보다는 한 번 빼앗길 때마다 걷는 것이 힘들어져서 차라리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저절로 찾아올 쇼우마를 기다렸다. 걱정할 것 없다는 쇼우마의 말과는 달리 나는 체력이 현저히 떨어짐을 느꼈다. 마치 기준치를 넘긴, 헌혈을 여섯 번 당한 사람처럼 눈앞이 핑핑 돌 지경이라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쇼우마를 만날 때마다, 대화도 해 보고, 기억을 상기시켜보려고도 했지만 여섯 번을 찾아온 쇼우마는 매번 나를 처음 대한다는 듯이, 항상 이번이 처음인 듯이 그렇게 행동했다. 어영부영, 심장만 빼앗기고 이번에도 잠에서 깨어나, 30분을 기다렸더니 꼭 처음과 같이 쇼우마가 날 찾아온 것이다.
"아, 역시 안 되겠어.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고... 반도 채 안 남았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빼앗아 갈 셈이냐?"
"억울합니다. 저는 정말 이번에 당신을 처음 뵙는 겁니다. 부탁입니다. 제발, 저에게 심장을 나누어주세요."
"싫어."
"......제발,...."
말 끝을 흐리며 쇼우마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갑자기 그의 슬픔을 공유하듯 가슴이 죄어왔다.
"어이, 우는 거냐?"
"부탁이에요. 당신의 심장이 없으면 안 돼요."
".......나는? 너에게 심장을 뺏기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건데?"
"......조금이면 돼요. 아직, 당신의 심장은 남아 있잖아요."
"....너 정말 매정한 녀석이구나?"
"하지만...."
쇼우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의 감정이 절망으로 채워지는 만큼 괴롭고 불편했다.
"네가 마지막이야. 더 이상은 안 돼."
내 한마디에 쇼우마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갠 표정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정말이지 비겁하게.....
"우선, 내 이름은 칸바다."
"칸바님?"
"그냥 형이라고 불러."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형이라고 부릅니까?."
"그래도 그렇게 불러. 안 그러면 안 준다."
"......형님."
마지막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어김없이 30분 후엔 쇼우마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언제나 '그들'을 이기지 못하고 심장을 순순히 내주게 된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이번에 찾아온 녀석이 내 마지막 남은 심장을 가져가고 말 것이다. 이 심장을 내어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죽게 되겠지요."
이번에 나타난 쇼우마가 간단하게 답해준다.
"그렇지?? 아무리 10분의 1만 남았다지만, 역시 심장이 아예 없는 것하곤 틀린 거겠지? 네가 내 심장을 가져가면 나는 이번엔 정말로 죽는단 말이야"
".......곤란하네요."
이 심장을 내어주면 정말로 죽게 되는 걸까? 단순히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꿈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나머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정말로 죽는 거라면? 난데없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황에서 심장을 조금씩 조금씩 빼앗기다가, 히마리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고 이 낯선 곳에서 그냥, 죽게 되는 거라면?
말도 안 돼. 내가 왜 이름도 모를 소녀를 위해 내 심장을 이만큼이나 떼어다 바친 거지?
내 여동생에게도 준 적이 없는 내 심장을, 왜? 멍청하게. 바보같이.
"곤란하네요. 당신의 심장이 없으면, 그녀는, 죽을지도 몰라요."
곤란하다며 그렇게 대답해 오는 쇼우마의 표정을 보는 순간 문득 또 다른 가능성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영문도 모를 세계에서 심장을 빼앗기고 있는 나와, 내 심장을 요구하고 있는 쇼우마. 그 외의 등장인물은 그가 말하는 내 심장이 필요한 소녀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여기에, 내가 있고, 쇼우마가 있다. ...그렇다면 히마리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아닐까?
"어이. 쇼우마. 심장을 필요로 하는 그 소녀의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타카쿠라 히마리. 제 동생이에요."
아, 히마리......
왜 너까지 이 곳에 있는 건데.....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째서인지 쉽사리 멈출 수가 없었다. 배를 잡고 구르는 흉내를 내어보고 싶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 심장을 가져간 소녀가, 바로, 히마리였단 말이지."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제가 당신의 심장이 필요한 이유는 제 여동생 때문이에요."
"내 심장을 주면, 그녀는 건강해지는 거야?"
"그녀는 지금 계속 잠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당신의 심장을 얻게 되면 아마도 잠에서 깨어나겠지요."
"그래?"
쇼우마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전에 이젠 이곳이 현실이든 꿈 속이든 그런 것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내 심장을 필요로하는 것이 정말로 히마리라면, 이 심장을 내주고 죽던지, 꿈에서 깨던지,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심장이 필요한 것이 히마리라면, 처음부터 통째로 꺼내 줬어도 좋았다. 원한다면 팔다리를 뽑아 줘도 좋았다. 눈이 필요하다면 눈을 주고, 귀가 필요하다면 귀를 줄 수도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이, 쇼우마가 말하는 히마리가, 작은 몸뚱어리에, 길고 풍성한 머릿결을 가진, 피부가 하얗고 눈이 커다란, 속눈썹이 마치 설탕과자처럼 녹아내릴 것만 같은, 수면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분홍 꽃잎 같은 입술로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그 히마리라면, 내 여동생이라면, 그녀가 맞다면.
"가져가"
내 장기를 모두 꺼내 써도 좋다.
내 모든 것은 그녀를 위해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쇼우마가 가까이 다가온다. 이번에도 네가 내 심장을 꺼내 가고, 나는 다시 눈을 감게 되겠지. 그대로 영원히 눈을 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이상한 세계에서 눈을 떠 현실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거 이젠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뭐가 말이죠?"
"네가 무사해서. 그리고 내 심장이 필요한 게 히마리라서."
나는 쇼우마에게 몸을 맡기고, 망설임 없이 눈을 감았다.